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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문학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시트_모리 에토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시트, 모리 에토

최근 학교에서 시행한 적성검사에서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

과업 중심적이다, 다른 사람과의 정서적 교류를 즐기지 않는다.’


 


 그렇다. 나는 가령 팀활동을 하면, 목표달성을 위해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라 과업 중심적으로 활동하는 것은 좋아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 그 활동이 어떤 의미일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다. 나의 부족한 점은 다른 사람에 대해 관심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때문에, 문학에 어려움을 느낀 적이 많았고 특히 시는 도통 공감이 되지 않는다.

 

 이 책도 그러했다. 처음 읽을 때에는 나에게는 없는 에드의 확고한 신념에 사로잡혀, 그의 깊은 생각이나 리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하지만 무언가 놓친 마음에 다시 읽을 때에는, 가슴 속에 뜨거운 무언가가 계속해서 움찔거려 혼이 났다.

 



에드와 리카는 같은 국제기관 UNHCR에 소속되어 같은 무지개를 바라보고 있는 듯 하지만, 그들의 생각은 너무도 달랐다. 그 중에서도 행복에 대한 서로의 가치관이 어긋났던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지만, 각자가 그리는 행복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굳이 분류하자면 일반적인 쾌락, 고도의 정신적 쾌락으로 나눌 수 있는데, 에드는 헌신과 희생에서 오는 정신적 쾌락에서 인생의 행복과 의미를 찾았던 것 같다그렇기에, 일상의 행복을 꿈꾸는 리카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리카를 더 높은 차원의 행복으로 안내하고 싶었으리라.


 


종종 느끼듯, 사는 게 영 쉽지가 않다. 내 몸 하나 주체하기도 힘든 세상인데 나의 가족도, 친구도 아닌 저 먼 세상의 이름 모를 사람들을 비롯한 인류를 사랑한다니··· 앞서 말했듯 공감능력이 부족한 나로서는, 나의 개인적 성과를 위해 아등바등 하는 나로서는, 에드가 이해불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뛰었던 이유는, 마지막에 통신사 기자의 이야기를 통해 그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 일 것이다. 내 아이를 키울 시간이 있고 노력할 힘이 있다면, 이미 태어난 아이들을 위해 그것을 바쳐야 한다고 말한 에드,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없었던 어릴 적 에드의 말들이 단번에 하나의 뜨거운 덩어리가 되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듯 했다.

  

   

    일년에 두 차례, 한두달씩 시골학교의 멘토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시골에서 자란 나는 작디 작은 우물 안 개

   구리였다. 그렇기에 나의 전철을 밟지 않게끔, 아직 어린 아이들이 넓은 세상으로의 발돋움에 도움이 되고 싶어

   서 하고 있다. ‘희생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내가 유일하게 하고 있는 봉사행위이다(하지만 봉사라고는 

   하나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 그렇게 부르기 민망할 따름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고 부

   끄러워질 따름이었고, 또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의 그러한 따뜻한 마음을 갖고 얼마나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지 

         머리가 지끈거리기도 했다.




 

    나름의 결론은 이러하다. 각자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일은 있다. 그렇기에 리카와 같은 사람도 에드와 같은

   사람도 있는 것이다. 나는 그 동안의 나처럼 내가 추구하는 바를 실현하며 살아가되, 다만 다른 사람들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 내 주변만이 아닌 넓은 세계의 일들에도 관심을 갖는 노력을 시작으로, 따뜻한 마음부터 키워

   야겠다는 결심을 해본다. 초등학생의 독후감 마냥 유치한 결론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세네시간의 

   인터뷰 끝에 나온 세네 줄짜리 기사로나마 세상을 움직여보고자 했던 그들의 노력이 나의 심장을 움직였다


    이 작은 움직임이 .나의 세상에서 요긴하게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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