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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진짜 여름 - 사기사와 메구무 “이름이란 뭐지? 장미꽃을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아름다운 향기는 그대로인걸.” 유키사다 이사오(行定勲) 감독의 영화 "GO" 에서, 주인공이 죽은 절친이 건네 준 책인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이름은 우리가 다른 것과 구별하기 위해 붙여 부르는 말이다. 이름을 통해서 우리는 자신의 존재와 위치를 확인한다. 영화에서 ‘정일’은 “우리에게는 원래 국가가 없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들에게는 하나의 이름도, 하나의 국가도, 하나의 고향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이 생소해, 자신이 한국인임을 일본인 애인이 알까 봐 애태우는 재일동포를 다룬 『진짜 여름』은 쉽게 읽히지 않는다. 『진짜 여름』의 작자 사기사와 메구무는 그녀가 스무 살 때, 『달리는 소년』을 집필 하면서 친할머니가.. 더보기
게공선(게잡이공선)_고바야시 타키지 게공선, 게잡이공선, 고바야시 타키지 잔혹한 노동과 학대에 착취당하고 있는 게잡이 어부들의 인간화를 그려내고 있는 이 작품은, 게잡이 공선에서의 계급적 착취 뿐만 아니라, 이를 도쿄의 마루노우치 빌딩의 자본주의 기구와 연결하여 독자의 의식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와 벼룩이 득실대는 선실에서 생활하는 어부들, 과업으로 병들고 죽어가는 노동자들은 인간이 아닌 동물적인 삶을 힘겹게 지탱하고 있다. 그들은 게를 잡아 통조림을 만들고 있지만, 정작 통조림이 되고 있는 것은 그들 자신이다. 버틸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어쩔 수 없이 태업을 하게 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었다. 그들은 대폭풍을 계기로 (자연현상인 대폭풍과 마찬가지로, 파업은 무리한 과업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고 생각된다.) 첫 번째 파업.. 더보기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시트_모리 에토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시트, 모리 에토최근 학교에서 시행한 적성검사에서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 ‘과업 중심적이다, 다른 사람과의 정서적 교류를 즐기지 않는다.’ 그렇다. 나는 가령 팀활동을 하면, 목표달성을 위해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라 과업 중심적으로 활동하는 것은 좋아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 그 활동이 어떤 의미일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다. 나의 부족한 점은 다른 사람에 대해 관심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때문에, 문학에 어려움을 느낀 적이 많았고 특히 시는 도통 공감이 되지 않는다. 이 책도 그러했다. 처음 읽을 때에는 나에게는 없는 에드의 ‘확고한 신념’에 사로잡혀, 그의 깊은 생각이나 리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하지만 무언가 놓친 마음에 다시 읽을 때에는,.. 더보기
무희- 모리 오가이 『일본 여성』(츠위사 지음)이라는 책에서 ‘미국식 넓은 저택에서, 독일제 차를 타고, 일본 여자와 사는 것’이 한 남자의 바람이라며 인용된 것을 본 적이 있다. 순종적이고 수동적인 일본 여성상은 사실은 차치하고서도 꽤나 일반적인 편견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일본의 남존여비 사고방식이 만연했던 역사적 배경에서 비롯되었는데 우리나라의 유교를 뿌리로 한 조선시대와 무척 닮았다. 그리고 이러한 종래의 굴레에서 근대화와 함께 벗어났는가라고 하면 또 그렇지도 못하다. 전통적 여성관에 서구적 여성관이 어우러져 현모양처로 대표되는 여성관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러한 일본의 여성관의 흐름에서 보았을 때, 모리 오가이의 『무희』는 무척 진보적인 작품이라고 평할 수 있겠다. 이 작품은 1881년 도쿄대학 의학부를.. 더보기
모래의 여자- 아베 코보 ‘외부적인 구속이나 무엇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 이 작품의 핵심은, ‘자유’라는 개념으로 압축되고 있는 듯 하다. 선생님으로서의 일상을 도피하기 위해 찾은 사막, 모래 구덩이에서 벗어나려 하는 몸부림은, 니키 준페이의 자유를 향한 사투를 매우 고요하게 그리고 칼 날 같이 부는 모래바람처럼 신경질적으로 계속된다. 인물 준페이에 감정몰입을 하여, 아베 코보가 묘사한 한 사람의 자유에 대한 지독한 욕망이라는 것이, 결국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는 인간의 본모습이 투영된 인물상이라는 깨달음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고, 나에게 있어 자유란 어떤 개념이며 어떤 구체적인 형상을 갖고 있는 가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었다. 등장인물들, 자유를 쫓는 니키 준페이, ‘걷지 않아도 되는 자유’만으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