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문학

진짜 여름 - 사기사와 메구무

꽁윤 2012. 11. 21. 09:29

 



이름이란 뭐지? 장미꽃을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아름다운 향기는 그대로인걸.”


유키사다 이사오(行定) 감독의 영화 "GO" 에서, 주인공이 죽은 절친이 건네 준 책인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이름은 우리가 다른 것과 구별하기 위해 붙여 부르는 말이다. 이름을 통해서 우리는 자신의 존재와 위치를 확인한다. 영화에서 정일우리에게는 원래 국가가 없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들에게는 하나의 이름도, 하나의 국가도, 하나의 고향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이 생소해, 자신이 한국인임을 일본인 애인이 알까 봐 애태우는 재일동포를 다룬 『진짜 여름』은 쉽게 읽히지 않는다.



『진짜 여름』의 작자 사기사와 메구무는 그녀가 스무 살 때, 달리는 소년』을 집필 하면서 친할머니가 한국인인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 후, 쓰인 이 작품에서 바로 그 당시 당황하고, 초조, 불안을 느낀 사기사와 메구무의 심리가 잘 드러난다. 주인공 도시유키가 연인과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중 사고가 나면서 재일조선인이라고 하는 자신의 정체성을 의식하기 시작한다. 원래부터 자신의 잠재의식에 흐르고 있었던 가슴을 찌릿 하고 스쳐지나가는 화살과 같은 혼란의 실체를 그려내고자 하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바로 이것이 작가가 처음 자신의 뿌리를 알게 된 이후의 심정이 아닐까 싶다. 평화로운 일상 중 갑자기 닥친 사고처럼, 20년간 당연스레 일본에서 살아가던 그녀에게 한국이라는 나라는 너무도 당황스럽고 생소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실체를 찾아내기 위해 もっともっと 쓰고 고민한 과정이 작품으로 드러난 것이다.







시골에서 20년간 살다가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로 왔기 때문에 힘들 때에도, 기쁠 때에도 돌아갈 곳이 있다. 나의 상황과 관계없이 항상 나를 반겨주는 곳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토박이들의 고향 대한 생각이나 그들이 내리는 나름의 정의가 도통 상상이 되지 않는다. 아마 재일조선인을 비롯한 재외동포들이 느끼는 감정이 바로 고향 없는 자의 타지 생활에서 느끼는 감정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감히 추측해본다. 나의 나라’, ‘국적’, ‘이름 갖고 있는 개인으로서 재일조선인이 갖추어야 올바른정체성 대해서는 함부로 말할 수도 없겠거니와 솔직한 마음으로는 모르겠다. 작품에 드러난 부분에 한해서 말하자면, 결론적으로는 물음표인 같다.

작품의 마지막까지 쓰여지는 もっともっと’는 결국 자신만의 답을 찾지 못한 도시유키의 모습을 짐작하게 한다. 그리고 우리말과 박준성이라는 자신의 이름에서 맑게 깨어나는 듯한  힌트를 받지만 결국에는 아무래도 좋고, 뭐라도 좋으니까라는 마음으로 연인을 만나러 간다. 부분이 나에게는 결국 어떠한 답을 찾지 못하고 아무래도 좋다는 식의 포기의 측면이 있다고 보여졌다. , 사기사와 메구무도 자신의 혼란스러움을 정리하는 실패를 것이 아닌가 하고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사기사와 메구무가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우울증으로 자살한 데에는 정체성의 혼란이 하나의 이유였을 것이다. 확대 해석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결국 적극적인 탐색 과정을 거쳤지만 제자리를 맴도는 고통을 겪었을 것이며 그녀의 작품에서 이러한 무의식이 반영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재일동포 작가의 작품을 많이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해석은 내릴 없지만 이름과 상관없이 나는 나로서 존재한다 외치는 영화 GO, 그리고 이와 달리 정체성을 찾아가는 의식의 흐름을 쫓은 『진짜 여름』도 결국 하나의 답을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괴로움과 혼란을 경험하고 있을 많은 재외 동포들에게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할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